전시

MMCA 소장품전 : 작품의 이력서

myview241107 2024. 11. 8. 21:49

2024년 9월 12일~10월 13일까지 이루어진 전시.정확히 어떤 전시인지도 모른 채, 김환기 작가의 <산울림>을 예전 '이건희 컬렉션전'에서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어 그의 작품이 있단 정보만 얻고 미루다 미루다 전시 마지막날 덕수궁에 방문하게 되었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은 저작권 상 촬영이 허가되고 있지 않아 담을 수 없었으나 <산울림> 외에 <산월>이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기대보다는 적은 작품이었으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었고, <산울림>은 다른 학예사의 손길에 따른 배치에서 보니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관리전환'에 대한 지식이다. 나는 소장품전이라고 하는 전시명을 보고선 단순히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는 것이구나 생각했지만, 소장이란 것은 단순히 원래부터 내 것이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작품의 수집은 '구입' 혹은 '기증'에만 머무른다고 생각했지만 그 외의 다른 경로의 하나로서, 정부 및 공공기관이 소장한 작품을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관리를 이전받아 소장하는 것을 바로 '관리전환'이라고 부른다.

이신자 &lt;산의 정기&gt; (1990년대)
윤명로 &lt;Anima-숨결 515&gt; (2005)
정상화 &lt;무제 2017-11-13&gt; (2017)

보자마자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에 맞게 걸기 좋은 작품이다.' 라는 가벼운 생각을 했었는데, 어떤 소재로 만든 작품일까 생각하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으로 계속해서 덧바르며 만든 격자라고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뾰족뾰족 거친 붓의 표현이 두드러지는

개인적으로 동양산수화나 고사인물도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한국미술계의 역사를 짧게 볼 수 있는 만큼 수묵화 위주의 한국화도 꽤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장우성 &lt;장미(사계군방도)&gt; 연도미상,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관리전환(1980)

오숭우 &lt;포도원&gt; 연도미상, 청와대 관리전환(2002)
정창섭 &lt;귤 수확&gt; 연도미상, 청와대 관리전환(2002)

기록을 위한 그림이었지만 빛에 대한 표현이 아름다워 좋았다.

박승근 &lt;살수대첩&gt; 연도미상, 청와대 관리전환(2002)

민족기록화들도 볼 수 있었는데 최소한의 붓터치만으로 표현해낸 작은 사람과 여러가지 물건들의 모습이 산수화와 겹쳐보이고 신묘하고 귀엽다.

천경자, &lt;누가 울어 2&gt; (1989)

이번 전시 중에서도 단연 눈을 사로잡았던 작품을 꼽자면 천경자 작가의 <누가 울어 2>를 선택하고 싶다. 러시아 작품 전시를 갔을 때 느꼈던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인 그림양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작가가 어떤 화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을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작가미상 &lt;고궁&gt;
작가미상 &lt;덕수궁 석조전&gt;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대의 일상의 풍경을 그 눈으로 간직한 그림을 보고 있자니 시간여행을 하는 것만 같은 오묘한 기분에 빠져든다. 정감 넘치는 풍경이 참 좋았다.

박기태 &lt;노란 양산&gt; (1974) ,대통령 비서실 관리전환(1985)

색감과 구도가 눈에 들어와 참 마음에 들었던 작품.

&lt;십장생&gt;

얇은 선으로 외곽선을 딴 것을 따라가며 어디쯤 경계가 흐려지고 사라지는지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어머니에게 노래와 연주를 보여드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

이대원 &lt;복숭아 밭&gt; (1964)

아래부터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이다.

조소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 편이었으나 바로 뛰어들 듯한 생동감에 빠졌다.

이상하게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작품.

송용 &lt;햇살&gt;

달동네에 높은 언덕에 올라 풍경을 한아름 끌어안는 기분 꽤 오래 앞에서 지켜봤던 작품이다.

실제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사물들을 붙였다

유영국 &lt;작품&gt; (1974)

이 그림이 정말 좋았다. 빨간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한 사람이 그림에 변주를 주고 길과 저 뒤에 펼쳐진 풍경 또한 저 골목이 어느곳으로 향하게 될 지 나도 구불구불난 길을 따라 눈으로 쫓게 된다.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풍자를 위한 그림이지만 눈의 안광이 살아있는 듯이 번쩍거리고 빛난다.

김인승 &lt;들장미&gt; (1964)

서양화적 느낌이 정말 잘 보였던 작품.

작품을 자세히 보다 흐리게 사라질 듯 말 듯 표현된 느낌이 신비로워 찍어보았다. 이것도 붓으로 모두 표현했을까

아! 그리고 너무 신기했던 부분. 중앙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화장실을 전혀 찾을 수 없어 곤란했는데, 2층에서 전시를 보다 벽처럼 숨겨진 문을 발견해 눌렀더니 감쪽같이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며 숨겨진 문이 나타났다. 분명 미술관람에 방해되지 않는 최적의 디자인을 만드느라 많은 고민과 비용이 들어갔으리라고 본다..😅

덕수궁으로 나와 잠시 쉬고 있는데 눈에 보인 복식전시. 잠시 둘러보고 왔다.



그 외 다른 작품들

전시관의 마지막 출구 앞에서는 '표준영정'이라는 "민족적 추앙을 받고 있는" 역사상 위인과 우국선열 등 선현의 모습을 여러가지 기록에 근거해 통일시킨 초상화를 볼 수 있었다. 워낙 한 인물들의 대한 그림이어도 각각의 얼굴들이 달라 국가적으로 문화체육부장관이 영정•동상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작한 영정을 '정부표준영정'으로 지정한 영정인데 2024년 5월 기준 총 99점이 표준영정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흥미가 일지 않아 찍어 기록하진 않았다..😅

마지막은 미술관을 나오기 전 옛 건축양식의 창에 비치는 바깥 사람들의 풍경이 위에서 본 시대의 풍경의 그림 같아 찍어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