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벨로주 홀에서 열린 홍선미 퀸텟의 내한 공연. 이전에 한 밴드 공연을 본 후 공연에 관심을 가지다가 sns에서 정보를 알게 되어 직접 표를 구매해 가보게 되었다.
벨로주로 향하는 길에 마침 할로윈이 가까운 시기라 꾸며진 비스트로 귀엽다.
라이브홀 규모의 공연장은 친구가 졸업공연할 때와 좋아하던 노래의 외국가수가 내한 왔을 때 등 두세 번 가본 이후로는 두 번째로 와 보는데 공연장의 사뭇 다른 느낌이 새로웠다. 보통의 공연장은 어떤 색을 가지지 않고 공연장 그 자체의 기본적 요소만 갖춘 곳들이 대부분이나 이곳은 조금 더 세련되고 예술적인 느낌이 가미된 어떤 색깔을 지향하는 공연장이라는 느낌이 컸다.
전 날에 예매를 하다 보니 운 좋게 둘째 줄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되었다. 오른편에 자리가 비었던 것 같은데 이후에 사람이 왔었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 연령대는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홍선미 퀸텟은 한국인인 드러머 홍선미 님을 리더로 피아니스트 이영우, 테너 색소폰 니콜로 리치, 트럼펫 연주자 알리스테어 페인, 더블 베이스 알렉산드로 폰가로로 이루어진 네덜란드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팀입니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이지만 네덜란드인이 없는 팀이라며 홍선미 님이 멘트 중 재밌는 농담을 건네시기도 하셨는데요, 유학 중의 외로운 생활을 이야기하시며 이들의 자신의 가족이라고 울컥하시는 모습이나 공연 중의 호흡을 보면 끈끈한 정이 느껴졌습니다. 다들 중간중간 서로에게 미소를 띠며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를 즐기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그것만으로 행복해 보였어요. 특히, 중간에 계셨던 더블 베이스의 알렉산드로 폰가로 분은 관객석을 보면서도 부드럽고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드럼이라는 악기에 관심을 크게 가져본 적은 없었는데 홍선미 님의 카리스마와 연주에 악기에 대한 시각을 새로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리듬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메인악기로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 쪼개지는 기술자의 실력이 필요한 정적까지 활용하는 드럼 연주는 처음이었습니다.
예전 유럽여행 중 한 작은 곳에서 공연한 재즈를 관람한 이후로 직접 연주를 듣는 것은 처음인데요, 일반적으로 알고 계시는 재즈보다는 요즘의 현대예술 같은 느낌이 드는 공연이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재즈는 클래식하거나 엘리트 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악기만을 사용하는 음악이라 생각했는데 신디? 혹은 MTR? 을 이용한 몽환적인 사운드도 함께 들려서 더욱 실험적인 예술작품 같다고 느꼈습니다. 전자음은 애초에 예술표현에 시작된 게 빨랐다고는 본 기억이 있지만 팝적인 사운드라고만 생각을 했었거든요.
재즈라는 음악에 많은 사랑이 있고 각각의 시대흐름을 이해해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리더 홍선미 님께서 본인의 곡들이자 앨범인 만큼 직접 곡에 대해 간단한 설명들과 분위기를 부드럽게 푸는 말솜씨를 발휘해 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전공자급 식견이 없는 저로서는 쉽다고는 말할 수 없는 공연이었지만 조금 더 쉽게 어머님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말하신 곡 Home은 도입부에 테너 색소폰 니콜로 리치 분의 솔로에서는 눈물을 지었습니다. 이유도 모르겠지만 어둠 속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뱉어낸 연주가 어떤 연관된 추억이나 생각도 없이 저에게 갑작스럽게 울컥하는 감정을 올라오게 했어요.
이후에 멘트에서 홍선미 님이 유학 생활 중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웠던 시기와 그래서 Jam을 통해 풀어내고 드럼만이 자신의 친구였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울컥하실 때는 겨우 추스르려던 감정을 또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왜 저를 울리시나요..
후반에는 Toddler's eye라는 곡을 소개하며 네덜란드 아방가르드 연주의 레전더리 드러머 한 베닉(Han bennink)의 연주를 보고 나중에 본인도 저런 갓난아기 같은 시야를 간직하며 연주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Home과 이 곡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에 호기심이 일어 한 베닉의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두세 개 영상을 볼 때에는 홍선미 님 말씀 그대로 "이게 뭐지..?"란 감상을 느꼈다가 이 데스크톱 드러밍을 보고 똑같이 "미쳤다..!"란 말을 내뱉었습니다.😂
모든 것을 소리로 그것도 천재적인 모습으로 짜임 있게 만들어내는 모습이 잘 알지는 못해도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다른 영상을 봤을 때만 해도 저렇게 물건을 다 날려버리는 괴팍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뭐 하는 노인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거든요.
https://youtu.be/6fcu0-TNu98?si=1jgsnyZl3RSkIBnE
정말 새롭고 배우는 것이 많은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공연이었어요. 좋은 공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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